죽산보 인증센터로
죽산보 인증센터로 가기 전에 전 날 먹지 못 했던 나주곰탕 하얀집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영업 시작 시간이 아침 8시부터여서 오픈 런은 못 하겠지만 대기가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 했는데 다행히 대기가 없어서 바로 밥을 먹고 출발할 수 있었다.
이걸 저녁 때 먹었어야 수육까지 먹었을텐데 자전거를 타기 전에 과하게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봐 국밥만 먹은 게 아쉽긴 하다. 근데 수육곰탕은 여전히 맛있었지만 여전히 김치는 너무나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폭삭 익은 김치... ㅠㅠ
나주를 출발해서 영산포를 지날 때까지는 계속해서 포장이 잘 된 좋은 길이 이어졌는데 전 날과는 다르게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근데 영산강 종주를 온 건지 동네 라이더인 건지 이렇게까지 구분이 안 되긴 또 처음이었다. 일단 다 인사는 했는데 받아주는 분들이 없던 걸 보면 동네 라이더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산포는 홍어가 유명한 곳인데 물론 나는 홍어를 좋아하지 않으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하얀집에서 폭삭 익은 김치를 주는 것도 이 쪽이 홍어가 유명해서 그런건가?
그래도 영산포를 지나면 죽산보 인증센터에 도착할 때까지는 슈퍼라든지 매점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하나도 없으니까 혹시라도 편의점에 들렀다 오지 못 했다면 홍어를 싫어하시는 분이라도 영산포에서 보급을 할 수 밖에 없겠다.
영산포를 지나 죽산보 인증센터로 가는 내내 다음에 또 다시 영산강 종주를 오게 된다면 그 때는 가을에 와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영산강 종주 때 너무나도 멋있던 갈대숲들이 여름에 오니까 그냥 푸르게 푸르게 펼쳐져 있어서 아무런 감흥이 들지가 않았다. 심지어 이 때가 9월 초였는데 한여름마냥 땡볕이 내리쬐서 달리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죽산보 인증센터까지 가는 길은 포장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광주를 달리던 때와 비교하면 의외로 실크 로드인 수준으로 괜찮아서 큰 무리 없이 죽산보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냥 평지는 아니었고 중간에 오르막이 하나 있었지만 방지턱 수준으로 그렇게 높지 않아서 금방 넘을 수 있었다.
죽산보 인증센터에 도착했을 때가 그래도 햇빛이 그렇게 강하게 내리쬐지는 않을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더워서 매점에서 보급을 하기로 했다. 전 날은 폭우였는데 이 날은 또 폭염주의보... 이게 날씨냐!!
근데 죽산보 인증센터에 있는 캠핑장에 있는 매점을 처음으로 들어와 봤는데 너무나도 작았다. 갖춰져 있는 품목도 너무나도 적었다. 캠핑에 필요한 용품들은 그래도 의외로 있는 편인 것 같은데 먹을거라든지 간식거리라든지는 생각보다 적었다. 음료의 종류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죽산보 인증센터를 출발하면 이제 영산강 하굿둑 인증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보급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무 곳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보급을 하고 다음 인증센터인 느러지전망관람대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느러지전망관람대 인증센터로
죽산보 인증센터를 지나면서부터는 도로의 포장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바람이 약간 역풍이었던 것, 햇빛이 너무나도 강렬했던 것만 제외하면 달리기에는 최적이었는데 이 쪽부터는 낙동강 종주의 낙동사막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 도로가 자주 나왔다.
이런 구간은 최대한 빨리 지나가는 게 멘탈 관리에도 좋고 컨디션 조절에도 좋으니까 열심히 어깨를 희생하는 에어로 자세를 취해가면서까지 달렸는데 그래도 끝이 나질 않았다. 낙동사막보다 이 쪽이 더 지루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느낌...? 낙동사막은 그래도 사람도 많이 보이고 간간히 쉴만한 곳도 있는데 여기는 그늘도 없고 쉴만한 곳도 없다. 그냥 다음 인증센터까지 달려가야 한다.
저번에 헷갈렸던 곳에 도착해서는 이번에는 헷갈리지 않고 왼쪽으로 잘 올라갔다. 자출사 카페에서 오른쪽으로 가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을 본 기억이 있던 것 같아서 혹시 느러지전망관람대 인증센터가 다른 쪽으로 이동했나 한 번 검색을 해봤는데 여전히 저 업힐의 위에 있다는 것 같아서 안심(?) 하고 올라갔는데 저번에는 44t 였던 게 이번에는 단수를 좀 키워서 올라가기 힘들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금방 올라갈 수 있었다.
느러지전망관람대는 전에 한 번 올라갔으니 이번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나는 너무 실망했었는데 너는 한 번 올라갔다와라 하고 친구를 올려보냈더니 내려와서는 이게 뭐냐고!! 를 외쳤다. 느러지전망관람대를 처음 오는 분들 중에서도 여기를 올라가면 뭐가 보일지 너무 궁금하신 분들만 올라가는 걸로 하자.
느러지전망관람대 인증센터 부스는 왜 계속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걸까? 저번에도 궁금했는데 이번에도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 했다. 안 그래도 날이 더웠는데 문까지 닫혀 있으니 도장을 찍으러 들어가서는 아주 쪄죽을 뻔 했다.
영산강하굿둑 인증센터로
드디어 마지막 인증센터인 영산강하굿둑 인증센터로 출발이다. 느러지전망관람대 인증센터의 옆에 있는 오르막을 넘으면 이제 정말로 영산강 종주에는 오르막이 없다. 정말 지긋지긋한 평지만이 이어진다.
여기서 영산강 종주 시 주의할 점을 하나 남겨두자면 느러지전망관람대 인증센터 옆의 오르막을 올라서 한 500미터? 500미터는 너무 짧나, 한 2킬로미터? 정도 가다보면 영산강 자전거길은 우회전이라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그냥 직진이다. 절대로 우회전을 하면 안 된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우회전이라는 안내가 있어서 우회전을 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무조건 직진이다. 여기를 눌러서 도로뷰로 확인해보자.
사실 우회전을 하면 안 되는 건 아닌데 거리가 너무 늘어난다. 무조건 직진이라는 편한 길이 있는데 굳이 거리를 늘리는 우회전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바로 위에 오르막이 없다고 썼는데 사진을 보고 정정한다. 딱 한 번 더 오르막이 있다.
업힐을 넘어 다리를 하나 건너면 그 때부터 죽어라 평지만 이어졌다. 근데!! 내가 진짜 여기에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웬만하면 후기 글에는 정보를 최대한 적게 쓰려고 했는데 이건 꼭 남겨야겠다 싶어서 정보를 남긴다.
네이버도 카카오도 영산강 자전거길의 도로뷰가 너무 옛날 버전이라 도로 사진을 보여줄 수는 없고 위의 사진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서 아래 사진에 보이는 잘 닦인 길을 달리다보면 우측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러면 무조건 그 쪽으로 빠지자. 어딘지 헷갈릴 일도 없다. 빠지는 곳이 딱 두 번 나오는데 한 번 빠질 때마다 다리를 건너니까 하행 기준으로 했을 때 빠지고 다리를 건너고 빠지고 다리를 건너고 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요한 건, 이런 길을 만들어놨으면 안내판을 만들어놔야 하는데 안내판이 없다. 모르는 사람은 계속해서 직진으로 길을 나아갈텐데 그렇게 가면 어떻게 되냐.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영산강 종주 자전거길은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직진으로 길을 나아가면 밀림으로 변한 자전거길을 뚫고 가거나 바닥이 깨진 곳에서 끌바를 하거나 거리가 5km 정도 늘어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절대!! 직진 하지 말고 빠지는 갈림길이 보이면 갈림길로 빠져서 다리를 건너도록 하자.
은근히 직진 루트로 갔을 때 사람을 많이 마주쳤는데 다른 분들도 안내판이 없어서 그냥 직진해야 되나보다 하고 다들 직진으로 오신 것 같았다.
일단 화를 식히고 쭉쭉 나아갔어야 하는데 정말 그늘 하나 없는 자전거길을 계속해서 달리려니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죽산보 인증센터를 출발해서 여기에 도착할 때까지 정말 보급할 곳이 단 하나도 없고 그늘마저 없어서 딱히 쉴만한 곳도 없었는데 힘들어서 죽을랑말랑 할 때 쯤 109라운드가 3km 정도 남았다는 네이버 지도의 말에 조금 더 힘을 내서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도착한 109라운드는 문을 닫았었고 옆의 나루터 쉼터를 갔는데 작년에 선두조로 먼저 달리셨던 분이 나루터 매점에 들어갔다가 나오시면서 "음료만 따로 팔지는 않는대요." 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보급을 못 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의외로 일하시던 분도 너무 친절하셨고 음료만 구매해서 드시는 분들도 꽤 계셨었다. 선두조셨던 분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을까?
원래는 포카리와 초코파이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옆 테이블에 계신 분들이 라면을 먹는 걸 보고 있으니 너무나도 라면이 먹고 싶어져서 우리도 라면을 먹고 가기로 했다. 약간 국물을 적게 끓여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날 나루터 쉼터에서 먹은 초코파이와 라면이 내 인생 최고의 초코파이와 라면이 됐다.
나루터 쉼터에서 출발하면 곧바로 나오는 갈림길에서 분명히 오른쪽으로 갔던 기억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매직으로 줄을 쫙쫙 그어놓고 왼쪽으로 가라는 표시를 해놔서 속는 셈 치고 왼쪽으로 가기로 했는데 결론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오른쪽으로 갔으면 아마 오르막이 나오던가 아니던가 기억은 잘 안 났지만 하여튼 왼쪽으로 오는 게 맞는 것 같다. 약간은 북한강 자전거길의 춘천에 도착하기 직전에 나오는 의암호의 데크길이 생각나는 길을 달리다보면 오른쪽으로 갔을 때 달려야 하는 길과 합쳐진다. 합쳐지는 곳까지 가니까 아~ 여기! 하고 생각이 났다.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영산강 종주는 정말 마지막 10km 정도가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역풍에 끝없는 직진 도로여서 계속해서 멘탈 관리가 중요하긴 했지만 마지막 10km 는 정말 끝이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이 어디인지 모르면 긴장하면서 가느라 그래도 좀 덜 지루할 것 같은데 끝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으니 이 길이 더더욱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한강에서 아이유를 넘어 하남 쪽의 시간과 정신의 방을 지날 때 느끼는 기분은 이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영산강하굿둑 인증센터는 이 지루한 길을 달리다보면 오른쪽에 위치해있는데 간판을 잘 보고 가야지 힘들다고 바닥만 보면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곳에 위치해있다. 영산강하굿둑 인증센터에서 인증을 마치고 목포 터미널로 향하는 걸로 영산강 종주는 끝이 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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