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공용터미널로
아침 잠이 많아 슬픈 나지만 영산강 종주를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떠서 준비를 하고 센트럴시티 터미널까지 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저번 영산강 종주 때 집에서 센트럴시티 터미널까지 택시를 탔더니 15분 밖에 걸리지 않아서 이번에는 버스 시간 30분 전에 택시를 탔는데 이 날은 또 왜 이렇게 밀리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버스를 놓쳤다. 8시 10분 버스였는데 센트럴시티 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 11분이었다. 젠장.
이왕 늦은 김에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햄버거도 먹으면서 시간을 떼우다가 3시간 뒤에 출발하는 담양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11시 버스로 예약했어도 됐을 걸 그랬다. 물론 이렇게 될 줄 몰랐으니 어쩔 수 없긴 하다.
종주를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계속 체크를 했을 때 이 날 오후에 담양, 광주 쪽에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다음 담양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실시간 일기예보를 체크 했는데 담양, 광주 지방에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게 점점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지나가는 비 정도가 아니라 집중 호우 수준으로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담양행 버스를 타고 내려가다가 먹은 호두과자는 내 인생을 살면서 먹은 호두과자 중에 제일 맛이 없었다. 이게 이렇게까지 맛이 없을 수가 있나...? 라고 써놓고 예전에 썼었던 종주 글들을 읽어보는데 작년에도 살면서 먹은 빵 중에 제일 맛 없다고 써놓은 기록이 있네.
아니나다를까, 담양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담양에 도착하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아주 쾌청한 하늘이 몇 시간이나 이어졌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 쪽 지방만 비가 오고 있는건지... 재수가 없으려면 이렇게도 없을 수 있는 법이다.
담양공용버스터미널에서 잠시 비를 피하면서 어떻게 할 지 의논을 하고 있는데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서 우선 그냥 출발해보기로 결정했다. 바닥은 젖어있었지만 머드가드를 믿고 담양댐 인증센터로 출발!
담양댐 인증센터로
담양댐 인증센터로 가기 전에 국수거리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여기에서 밥을 먹지 않으면 저녁 시간이 매우 애매해질 것 같았다. 국수거리에는 비가 오고 있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밥 시간은 한참 지난 뒤여서 그랬는지 식당에 사람이 전혀 없어서 덕분에 강이 보이는 좋은 자리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관광지라고 하면 물가가 바가지여야 정상인데 국수거리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국수를 팔고 있어서 만족할만한 한끼 식사였다. 저번 영산강 종주 때 먹었던 국수보다 이 집의 국수가 훨씬 맛있었다. 육전은 쏘쏘.
국수를 먹고 담양댐 인증센터로 올라가고 있자니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닥이 어느 정도 말라 있어서 비가 이미 지나간 뒤구나~ 하면서 마음을 놓고 있던 와중에 갑작스레 비를 맞으니 좀 당황스러웠다.
이번 영산강 종주는 담양댐 인증센터로 가는 길을 아예 처음부터 위 쪽의 포장이 깔끔하게 된 뚝방 길로만 달렸다. 악명 높은 우레탄 길로는 근처로도 가지 않았는데 이 쯤 되면 영산강 자전거길은 아예 관리를 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년 실시하는 국토종주 점검단은 대체 왜 하는건지? 이 쪽 길을 정식 루트라고 생각하고 점검하고 있는건가?
하여튼 우레탄 길을 피해서 깔끔한 뚝방 길을 따라 쭉쭉 달리다보니 20분 정도 달렸을 때 담양댐 인증센터가 나왔다. 담양공용버스터미널에서 담양댐 인증센터로 가는 자전거길의 경치가 꽤 좋은 편인데 역시나 비가 오니까 풍경을 즐길 틈이 없어서 아쉬웠다. 비가 오니 핸드폰을 자주 꺼낼 수도 없고.
담양댐 인증센터에는 목포에서부터 로드를 타고 오신 분이 계셨는데 하루종일 비를 맞으면서 라이딩을 했다고 하셨다. 역시 이 날은 그냥 비가 올 수 밖에 없는 날이었나보다. 우리는 그나마 적게 맞은 편이었다.
담양댐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밥은 방금 막 먹고 온 참이니 옆의 매점에서 물만 구매한 후에 다음 인증센터인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로
여기는 항상 생각하지만 적을 내용이 없다. 그냥 담양댐 인증센터로 올라가던 길을 되돌아오다보면 이렇게 숨어있는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가 있다. 여기서도 딱히 할 건 없으니 도장만 찍고 바로 다음 인증센터인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로 출발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입장은 불가하더라도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의 옆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길의 입구라도 보고 가야 인지상정인데 역시 비도 오고 날도 어둑어둑하니 그런 걸 즐길 여유가 없었다. 바로 다음 인증센터인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로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를 출발해서 5분 정도가 지나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담양공용버스터미널에서 조금만 더 시간을 죽이고 왔으면 비를 전혀 맞지 않는 라이딩을 할 수 있었는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바닥은 젖어있었지만 머드가드가 있으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보니 그렇게나 사람이 많아야 할 죽녹원에도 이번에는 역시나 비 때문인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날 안에 들어가서 보고 와야 하는건데 역시나 그럴 여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건 죽녹원에 들어가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보다 디메리트가 크다.
죽녹원을 지나 국수거리를 다시 지나오는데 공원에 불법 주차된 차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공원을 지나오기가 참 힘들었다. 자전거 도로, 인도 할 것 없이 죄다 차를 주차해놨는데 진짜... 담양은 이런 거 단속 안 하나?
비가 그치긴 했어도 바닥이 젖어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가 힘들긴 했지만 비가 온 덕분인지 꽤나 운치 있는 풍경들이 많이 연출되고 있어서 달리는 내내 눈이 지루하지는 않아서 좋았다. 특히 대나무숲의 촉촉한 느낌을 사진으로 찍으니 CG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근데 참 신기한 게 분명히 방금 비가 그쳤는데 어느 정도 달리다보니 아예 바닥이 젖어있지 않은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새 마르지는 않았을테고 이 정도면... 담양 시내에만 비가 계속 왔다고 봐도 되는건가?
대나무 숲을 지나서 계속해서 달리고 있자니 이 쪽 길은 힘들지도 않고 달리기도 편해서 참 좋았다.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 부스는 영산강 종주 하행 기준 도로의 오른쪽에 있었는데 쉼터를 다시 만드는 건지 출입 금지 표시가 되어 있고 인증센터 부스가 왼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근데 옮기려면 잘 좀 옮겨두지 너무 성의 없게 이동 시켜놔서 인증 도장을 찍기가 좀 힘들었다.
이제 겨우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까지 왔는데 벌써부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나주였는데 광주에서 하루 자고 갈 지, 원래 목표대로 나주까지 갈 지 우선 갈 수 있는 만큼 가보고 정하기로 하고 다음 인증센터인 승촌보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승촌보 인증센터로
사실 영산강 종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담양공용버스터미널에서 담양댐 인증센터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우레탄 길이 아니라 광주를 지나는 자전거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짜 여기는 차라리 차도로 길이 이어져있다면 계속 차도로 달리고 싶을 정도로 자전거 도로를 만든 이후로 단 한 번의 재포장도 없었던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관리가 되어 있지 않은데 특히나 바퀴가 작은 브롬톤의 구조 상 도로의 단차들이 그대로 느껴져와서 피곤함이 몇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위에서 적은 대로 광주를 지나가면서 그냥 광주에서 잘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조금 야간 라이딩을 하더라도 이왕 고생한 김에 오늘 더 고생하자 라는 생각으로 그대로 나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침부터 광주의 이 자전거 도로를 달리면 다음 날이 너무 고생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야간 라이딩을 했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영산강 종주를 야간 라이딩을 하면서까지 완주 하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일단 가로등이 가끔 있기는 한데 90% 는 없다고 봐야하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자전거 도로의 상태가 영 좋지 못 해서 야간에 이런 곳을 달린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광주를 지나 승촌보 인증센터까지 오면서 라이트를 달지 않고 달리는 라이더를 몇 명이나 봤는데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을 라이트도 없이 달리는 건지 무엇보다 어떻게 달리고 있는 건지 참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너무 서울의 자전거 도로에 익숙해져있나...?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곳을 어떻게 달리고 있는거지?
승촌보 인증센터에 도착했을 때가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매점 문이 열려있어서 나주까지는 앞으로 금방이었지만 간단하게 보급을 하고 가기로 했다. 이 날 먹은 구구콘이 아마 내가 살면서 먹은 구구콘 중에 제일 맛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나주로
승촌보 인증센터에서 나주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다. 대략 30분 정도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데 승촌보 인증센터를 기점으로 자전거 도로의 상태가 그나마 약간은 괜찮아져서 그렇게 피곤하지 않게 달릴 수 있었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소리를 빽빽 지르고 있던 것만 빼면...?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내 전조등이 비추는 곳 외에는 단 하나의 빛도 없는 이런 곳에서 아무런 보호장비, 라이트도 없이 런닝을 하던 분도 계셨는데 발 밑이 보이긴 하는 걸까? 인기척도 없는 곳인데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나주에 도착하면 저번 낙동강 종주 때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던 나주곰탕 하얀집을 가려고 했는데 나주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21시는 훌쩍 넘어버려서 나주곰탕 하얀집은 다음 날 아침에 먹기로 하고 우선 숙소를 찾기로 했다.
평소대로라면 숙소를 미리 찾아놓은 후에 종주를 출발 했겠지만 저번에 묵었던 곳은 너무 나주역 근처라서 시내에 들어가서도 한참을 자전거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자전거 도로에서 떨어지지 않은 숙소를 현지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찾은 3만원짜리 숙소가 있는데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글에 남기지는 않겠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서 간단하게 치맥을 먹었는데 가격 대비해서 양도 많고 맛도 좋았다. 저 정도면 우리 동네에서는 거의 3만원은 받을 것 같은데... 하여튼 맛있게 잘 먹고 숙소에 들어와서 다음 날을 대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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